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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수술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야옹e 2022. 5. 5. 12:56

트랜스젠더가 되기 위해 수술을 한다는 18세 질문자
남자인생도 좋긴하지만 하나뿐인 인생 예쁜 여자로도 살아보고 싶다는 질문자


A:

OO님은 ‘사람의 성별이란 어떤 수술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것’ , '트랜스젠더는 수술을 통해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럼 성별이 바뀔 수 있는지 어떤지 논하기 전에 성별에 대해서 이야기드려야 할 것 같아요.

성별(性別)은 sex 와 gender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sex는 생물학적 유전학적인 성으로, 재생산(sexual reproduction: 번식, 유성생식 有性生殖)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성별을 뜻합니다. gender는 사회적, 문화적인 측면의 성으로, 통상 사회적으로 적합하다고 기대되어지는 성 규범, 성 역할을 뜻합니다. 주로 binary 이분법적인 규칙으로 나뉩니다.

sexual reproduction(번식) 과정에 있어서 한 개체가 큰 크기의 생식세포를 제공하는지, 작은 크기의 생식세포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암/수가 정해지는 sex는 생물학적으로 명확하게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분류에 있어서 논란이 없습니다.

반면 gender란 그 성 역할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이며, 시대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gender에 대해서는 유독 정치 문화 등 사회 각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시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긴 기간 동안, 특정 성 특권계층이 지배와 피지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써 이 gender를 강화하여 특정 성을 혐오, 멸시, 타자화, 대상화, 차별, 배제, 억압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반 인륜적인 용도로 사용한 슬픈 역사도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임에도 여전히 지역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유효한 설명인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 gender는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이유로 sex와 달리 생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생각을 갖기 쉽지만, 실제로는 sex에 따라 다르게 갖는 몸과 뇌의 차이로 인해 구분되는 행동방식, 구분되는 특성이 존재하므로 이 gender 역시 sex처럼 생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생물학적인 이유로 인해 거의 100%에 가까운 사람들은 타고난 sex와 그들이 사회적으로 가질 gender는 한 성별로 일치하죠. (male-man, female-woman : 수컷은 남자가 되고 암컷은 여자가 된다)

이런 사람들을 sex와 gender가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일치한다는 의미로, 같은 쪽의 cis- 란 접두사를 붙여서 시스젠더(cisgender)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남성으로 지정된 사람 10,000명 당 1명,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 30,000명 당 1명 정도는 생식기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뇌 구조와 기능이 형성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본인이 타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자라서 청소년기-성인기를 거치며 생물학적인 성별로 받아들여져 살아가기에 매우 큰 불편함을 느끼거나, 본인 몸에 나타나는 특정 성징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gender dysphoria: 성별 불쾌감) 이렇게 출생 시 외성기의 모양으로 지정된 성별(assigned sex)과 젠더(gender)가 다르게 형성된 사람을 trans- 접두사를 붙여서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부르며, 이분법적인 binary 젠더 규범에 들지 않는 경우엔 젠더 비순응(gender nonconformity)이라고 합니다. 이런 성 불일치감을 느끼는 트랜스젠더와 젠더 비순응자들은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게 되며, 정신적 성별에 맞는 성별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렬할 때, 비로소 성전환증(transsexualism)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을 성전환자라고 합니다. 보통 트랜스젠더들은 성별 재지정 수술(srs: sex reassignment surgery)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의료적 조치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나, 어떤 트랜스젠더는 아무런 외과적 조치 없이도 원하는 gender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gender dysphoria를 상당수 해결하여 살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별 재지정 수술자인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와 젠더비순응자의 의학적 처치의 핵심은 젠더 디스포리아 증상의 해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람의 성별이란 어떤 수술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것’ 이라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학자들이 지난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트랜스젠더의 치료에 대해 연구하였지만, 그들의 정신적 성 정체성을 sex에 맞추어 바꾸어주는 유효한 치료 수단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성 호르몬과 관련한 내분비학의 발전과 외과적 수술법이 연구되며 몸의 성별을 어느 정도 정신적 성별에 맞는 성별로 보이게끔 도와주는 처치가 도입되었고, 현재 성전환자의 치료에 있어 유효하며 유일한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도 사람의 sex를 유전자 단위까지 바꿔주는 완벽한 의미의 성전환 수술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한 부위씩 수술하다 보면 남자였던 몸이 완벽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재로서는 허상에 불과하단 것이죠. 단지, 트랜스젠더들은 다른 성별의 몸에 갇혀있어서 겪는 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시도해 볼 뿐입니다.

짧은 글로 OO님의 모든 이야기를 알 수는 없겠지만, OO님이 남겨주신 내용을 보았을 땐, “남자의 인생도 좋지만” 이란 부분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젠더 디스포리아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중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여 인생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들고 외롭습니다. 물론 이건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 우리 인류 사회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미성숙하여 상처를 주기 때문이죠. 사회와 부모로부터 외면받기 쉬움, 교육과 취업 기회에서 배제되기 쉬움, 그 결과 낮은 사회적 지위와 소득으로 생존하기 어려움, 시스젠더에 비해 자살할 확률이 1000배 높음. “하나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건 다해보고 싶다. 여자 인생도 살아보고 싶다. 이쁜 여자 옷 입고 다니고 싶고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라는 OO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거울 앞에 비치는 내 외모와 상관없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정말 나는 여성인지.

도저히 이 남자의 몸으로 숨 쉴 수 없을 것 같다면…
남자라는 성별로 사회에 받아들여져서 살아가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몸을 버리고 죽고 싶다면
만약 정말 OO님은 신의 실수로 남성의 몸에 잘못 태어난 것이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이쁜 여자 옷 사서 입으세요. 옷뿐만 아니라 뭐든지 하세요. 화려하게 비춰지는 일부 트랜스젠더의 아름다워보이는 모습 이면엔
시스젠더가 상상하지 못하는 큰 아픔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가볍게 선망만으로 타성이 되는 것이라 여기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여자의 외형을 얻었는데, 기대와 달리 아름답지 못하거나, 혹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으로 인지된다 할지라도 지금 거울 속 내 모습보단 훨씬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럼 진단 받으세요. 트랜지션하세요. 하지만, 현재 남자의 삶도 만족스럽게 살고 있고, 아름다운 여자의 삶도 한번 살아보고 싶은 욕심뿐이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F64.0(성전환증) 진단 받을 수도 없고, 수술해서도 안 되고, 트랜지션으로 해결할 젠더 디스포리아도 없는 ‘시스젠더’ 가 아니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