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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야옹e 2021. 12. 11. 19:00

Human embryo (인간 배아) 이 배아는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까?

Q: 성별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1. 성 염색체 (Sex Chromosome, 性染色體)

성 염색체 X와 Y

  1905년 발견된 염색체 Y로 인간의 성(sex)이 결정되는 모델이 연구되었습니다.

  감수 분열된 부모의 생식세포로부터 50%씩 물려받아 23쌍,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 부(父)로부터 물려받은 성 염색체 Y가 성을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44+XY를, 또 대부분의 여자는 44+XX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아 2500~3500명중에 한 명은 X0, XXX 등 (터너 증후군)으로 나기도 하며, 남아 약 500명중 한 명은 XXY, XXXY, XXXXY 등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염색체 이상의 경우이지만 그 표현형을 살펴보니 Y를 가진 경우는 남자, Y가 없는 경우 그 표현형이 여자인 점을 보아 Y염색체의 유무로 성별이 정해진다고 결론 낼 수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남자인데 XX를 가지고 있고, 여자인데도 XY를 가진 소수의 케이스가 발견되며, Y 염색체에 의한 성 결정 모델은 불완전한 설명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 유전자 (Gene, 遺傳子)

  생물 유전학의 발전으로 염색체는 보다 더 작은 단위인 gene으로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Y염색체 중 특정 유전자가 성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됨을 발견하게 되었죠.[1] Y염색체 상, 성 결정과 관련된 특수 영역을 SRY(Sex determining Region of the Y chromosome)이라고 부릅니다.

  이 SRY가 존재하면 세정관과 정소를 형성해가고, SRY가 없으면 난소와 나팔관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SRY 중 일부가 결손 되거나 SRY가 X염색체상에 위치할 때 XY인 여자XX인 남자 케이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Swyer syndrome, XX male syndrome)

  그래서 Y염색체가 아닌 이 SRY라는 유전자의 유무에 의해 남자 또는 여자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후 성 염색체가 아닌 다른 상염색체(autosome)에 존재하는 Rspo1, Foxl2 등과 같은 유전자에 대해서 추가로 연구되며, SRY만이 성 결정을 이루는 단독 인자가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성체로 자란 암컷 실험쥐에서 Wnt4 및 Foxl2가 비활성화되자, SRY가 없음에도 난소 세포가 정소 세포로 변한 실험은 성이 SRY 단독으로 결정되는 것도, 수정란이나 배아 시절에 성이 결정되어 고정되어 버리는 것도 아님을 보여줍니다.[2]

고환, 난소의 성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

  한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사람의 성은 여성이 기본형이고, SRY유전자가 발동되면 남성이 된다고 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발표된 최신 연구 성과를 종합해보면 남성으로 만드는 유전자, 남성이 되는 것을 막는 유전자, 그리고 여성으로 만드는 유전자 사이의 복잡한 함수 상자를 거쳐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유전자 분석 기술과 유전자 가위 등을 이용하여 활발히 연구 중인 주제입니다.

아... SRY가 단일 성 결정 마스터 키가 아니라니.

3. 내성기(Inner Genital Organs, 內性器)

  그럼 그런 돌연변이, 아주 특수한 케이스의 존재로 과학적으로 밝혀 낸 시스템 전체를 부정만 하지 말자고, 그래도 대다수의 경우 Y염색체와 SRY유전자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질문할 법합니다. 네. 반박한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그 소수의 예외적 케이스들을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인 양 무시해선 결코 안되지만, 무시해버린다고 가정해도 염색체와 유전자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유전자들의 조합에 기반하여 여러 인자, 호르몬 등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수정란으로부터 실질적인 남성과 여성으로 분화, 발생, 성장하는 과정이 남아있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막 물려받았던 태초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수정란일 때, 또 초기 상태의 태아였을 때 모두 같은 생식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미분화의 원시적 생식융기는 밀가루 반죽처럼 남녀의 구분 없이 모두가 같은 모양이었죠. 그렇게 수정 후 8주가 지나며 원시성선(Gonad), 볼프관(Wolffian duct), 뮐러관(Müllerian duct)으로 이루어진 이 반죽은 정소에서 생성된 항뮐러호르몬에 의해 볼프관은 세정관으로 발달하고 원시성선은 고환으로 발달합니다. SRY가 작용하지 않으면 볼프관은 퇴화하고 뮐러관은 질, 자궁과 나팔관으로 원시성선은 난소로 발달하며 여성기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성분화가 일어나는 과정 중에서도 유전인자, 호르몬 등에 의해 전형적인 타입으로 발달하지 않을 여지가 많습니다. 뮐러관의 발생 이상으로 자궁과 질이 없기도 하며,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나 안드로겐 수용체(AR)의 이상으로 볼프관이 발달하지 않아 정관과 자궁 둘 다 없는 안드로겐 불감성 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AIS), 난소와 정소를 동시에 가진 난소고환증(ovotestis)과 같은 경우도 생깁니다. 또한 후천적인 불임 남성 여성이 존재함을 고려해본다면 정자, 난자 또 자궁으로 대표되는 생식능력의 유무로 남녀를 판별하겠다는 생각도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외성기(External Genital Organs, 外性器)

  출생 시 의사 또는 조산사가 작성하는 출생증명서에 기록되는 성별로, 한 자연인으로써 법률적 성별을 지정(sex assignment, 性別指定) 받게 되어, 이분법적인 주민등록상의 성별이 되는 중요한 근거가 바로 이 외성기의 모양입니다.

남녀의 생식기는 상동기관(homologous organs, 相同器官)이다

  내성기와 같이 이 외성기의 모양도 남녀가 처음엔 같았습니다. 같은 밀가루 반죽이었던 우리의 생식결절은 SRY의 연쇄적인 성 분화 관련 유전자들과 정소와 난소에서 분비되는 성 호르몬에 의해 더욱 남성기/여성기로 분화해 발달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을수록 생식결절은 비대해지며 남성기 페니스로 분화하고, 요도와 정관이 합쳐져 페니스 끝으로 이동하며 원래 있던 구멍은 봉합선으로 메꿔집니다. 반대로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면 생식결절이 치골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부에서는 음핵 밖에 보이지 않게 되고, 요도와 질은 나뉘게 되며 점차 여성기 모양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모체 내의 성 호르몬과 내분비계 장애/교란물질(환경 호르몬)에 노출되어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성 분화는 여아는 만 10세 전후, 남아는 만 11~12세 전후로 2차 성징(secondary sex characteristics, 二次性徵)이 일어나며 다시 한번 성호르몬이 급증할 때, 이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선천적인 이유로 태어날 때 모호한 모양의 외성기를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외성기가 남성화되고, 반대로 에스트로겐에 과다 노출된 경우 외성기가 여성화되기도 합니다. 출생 시 산부인과 의사가 보기에 페니스나 음순으로 보여 한쪽의 성별로 지정을 받았지만, 사춘기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성기의 모양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음경과 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 등 너무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2021. 10. 27 미국 국무부는 성별란에 남성/여성이 아닌 X가 표시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했다

  성 분화 이상, 성 발달장애, 모호생식기와 같은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주로 간성(intersex, 間性)이라는 용어로 표현됩니다. UN에 따르면 간성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7%, 1천 명 당 17명은 간성인 셈입니다. 간성은 출생 시나 사춘기 때, 성인이 되어서 발견될 수도 있고,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습니다. 출생 시 모호 생식기임으로 판명되면 의사 또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한쪽의 성징을 포기하는 수술을 강제받지만, 이 경우 높은 확률로 잘못된 성으로 선택당하게 되어 성정체성(gender identity)과 일치하지 않는 지정성별 및 외성기로 인해 평생 고통받기도 합니다. 남녀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자 최근엔 간성 당사자가 스스로 성별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자거나, 아예 간성을 제3의 성으로 인정하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5. 호르몬(Hormone)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그럼 성 분화와 2차 성징을 비롯하여 일생동안 노출되는 성 호르몬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자의 표현형을 만드는 에스트로겐(Estrogen), 남자의 표현형을 만드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농도로 남녀를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평균적인 호르몬 농도의 범주상 성차(sex differences)가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SRY 스위치만큼 성 특이적이지 않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고환에서도 생성되지만, 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부신(adrenal glands, 副腎)에서도 생성됩니다. 그리고 에스트로겐으로의 전환은 주로 여자의 난소에서 일어나지만, 남자의 고환에서도 조금씩 일어나죠. 사실 성 호르몬 농도에 있어 남녀의 정상 수치는 조금씩 겹쳐서,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어 다소 여성스러운 성향의 남자나,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많아 남자보다도 더 남자같은 여자도 당연히 있는 것입니다. 또 나이가 들어 중노년이 되면 성 호르몬의 농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이런 경우도 고려한다면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이 성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기준만으로 성별이 결정된다는 생각도 그리 합리적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6. 뇌(Brain, 腦)

뇌(Brain, 腦) & 심장(Heart, 心)

素問靈蘭秘典論:心者,君主之官也,神明出焉

  동양 전통 의학에선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군주인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여겼습니다. 수천 년 전 마음 心 이란 글자는 상형문자로 심장의 모양에서 가져오기도 했죠.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하트 기호 ♡ 도 역시 심장의 모양에서 유래한 것을 본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장이 쿵쿵 뛰는 것에 정신과 마음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현대 의학의 뇌·신경 연구에 의해,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뇌의 구조와 뉴런(신경세포) 시냅스의 전기·화학적 신호 전달로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태아기 때 성 분화(sex differentiation) 과정을 겪으며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아 내성기 외성기가 형성되는데, 이때 난소 정소에서 분비된 성 호르몬과 외부에서 유래한 성 호르몬이 영향을 주는 것은 비단 생식기뿐만이 아닙니다. 발생과 발달과정 중 노출되는 성 호르몬은 뇌(腦) 구조의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에도 관여해, 아이가 자라나 갖게 될 성정체성(gender identity)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3] [4] [5]

정리

  지금까지 성 염색체, SRY, 성분화 관련 유전자, 성 호르몬, 내성기, 외성기의 발달, 사춘기의 2차 성징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의 성 분화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인간의 성 결정 시스템 모식도 (Diagram of Sex-Gender Determination System of Human)

  그 결과 성 염색체와 반대되는 성의 생식기를 가지기도 하고, 모호한 생식기를 가지기도 하며, 내성기가 분화하지 않거나 내/외성기가 불일치하기도 하고, 양성의 생식기를 둘 다 가지기도 합니다. 또 유전적 성과 일치하는 성기를 갖고 태어났으나 선천적, 생물학적인 이유로 반대성의 뇌 구조와 뇌 기능을 갖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람의 성별을 논할 땐 유전적 성, 생식선의 성, 성 호르몬으로 인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성징을 비롯하여 본인 스스로 자각하는 정신적 성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성별을 판별할 수 있는 핵심이 성염색체와 생식기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XY성염색체와 남성화 여성화된 외성기만으로는 어떤 사람의 실질적인 성별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보건대, 사람의 성별이란 전형적인 이분법적(二分法的) 사고방식(思考方式)으로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 염색체, SRY, 성 호르몬, 내성기, 외성기, 뇌 신경구조로 구분되는 성별의 특징(sex characteristics)과 성정체성(gender identity)이 항상 한 방향으로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둘로 나누어 구분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태극 음양 시스템이란 세상을 2^n으로 잘게 나누어, 대자연과 인간 사회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맞고 틀림이 아닌 다양함. 우리 인간의 성별 역시 그러하다. 그 어떤 컬러도 혐오 배척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 어울려 함께 번영하는 인류 사회가 되길.
개인도, 사회도 우리 모두는 작은 우주(小宇宙) 입니다.

참고문헌

[1] (1990) A gene mapping to the sex-determining region of the mouse Y chromosome is a member of a novel family of embryonically expressed genes. Nature346(6281):245-50. PMID: 2374589. https://doi.org/10.1038/346245a0
[2] (2007) Loss of Wnt4 and Foxl2 leads to female-to-male sex reversal extending to germ cells. Human Molecular Genetics 16(23):2795-804. PMID: 17728319. https://doi.org/10.1093/hmg/ddm235
[3] (1995) A sex difference in the human brain and its relation to transsexuality. 《Nature》 378 (6552): 68–70. PMID 7477289. https://doi.org/10.1038/378068a0
[4] (2000) Male-to-Female Transsexuals Have Female Neuron Numbers in a Limbic Nucleus.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85 (5): 2034–41. PMID 10843193. https://doi.org/10.1210/jcem.85.5.6564
[5] (2002) Sexual differentiation of the bed nucleus of the stria terminalis in humans may extend into adulthood. 《The Journal of neuroscience》 22 (3): 1027–33. PMID 11826131. https://doi.org/10.1523/jneurosci.22-03-01027.2002